천박을 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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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30 19:39

작성자 : 춤추는 평화
칠월비는 주룩주룩 내리고, 아내는 좋은 한의원을 만났다고 이미 병이 나은 듯 가볍게 나갔고, 나는 글씨를 쓰려고 먹을 간다. 판소리 한다는 선생 소리공부방 현판글씨다. 보성소리보존연구회라는 현판이다. 옛날 아버지께서도 남들 현판을 가끔 쓰시곤 하셨다. 나의 연륜으로는 어림없는 짓이지만 글씨 쓰는 보람도 노래하는 보람도 어쩌면 같은 것이다. 누군가 힐끗 보고 누군가 언뜻 듣고 가슴에는 새기지 않더라도 웃음 한 번 머금을 수 있다면 좋은 것이다. 먹은 신중히 갈았지만 글씨는 가볍게 쓸 것이다. 세상을 너무 심각하고 무겁게 걸을 것도 아니다. 시대의 무게에 짓눌려 쉽사리 헤어 나올 수 없는 시간을 걷고 있지만 몸과 마음을 되도록 가볍게 만드는 것은 버티기 위함이다. 비껴가지 않고 도리어 그 복판을 지나가기 위함이다. 여백에 퍼지는 먹의 맛을 즐길 것이다. 붓으로 저들의 천박을 가를 것이다.